토머스 머튼

Thomas Merton(1915-1968)은 미국의 카톨릭 수도자이자 작가, 신학자, 시인, 사회운동가였고 비교 종교학에도 큰 업적을 남겼다. 그는 1929년 사제로 서품 받았고 Father Louis로 명명되었다. 지금까지 Thomas Merton의 저서를 그저 서너권 읽어 보았고 그의 작품적, 정신적 세계를 간단히 조명한 글을 읽어 보았지만 읽을 수록 빠져 들어가는 느낌이다. 그가 가톨릭의 Trappist 수도자로서 극도의 청빈과 침묵을 서약하고 수도생활을 하지만 결국 그의 작가적 재능이 교회의 요구에 의해 다량의 작품을 남기고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게 된다. 운명이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은 사람의 의도와 사람의 쓰임새가 서로 맞지 않는 경우로서 최선의 것이다. 대개는 쓰임새 없는 사람이 사회에 큰 족적을 남기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의 자서전이자 출세작인 Seven Story Mountain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부분은 극도로 개인주의적이고 예술적 기질을 가진 젊은이가 부모를 잃고 고독에 시달리면서 마음의 공허를 채우기 위한 시도를 해 보지만 결국 로마의 어느 성당 안에서 깨달음을 받는 순간이다. 절대자 앞에 수그린 사람들을 보는 그 순간이 인생을 정 반대로 바꾸어 놓는 것이다. 그 성당 안의 사람들이 어떤 숭고한 종교적 이념이나 독실한 면모를 보였다기보다 창조주에게 절대적인 의지(依支)를 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삶의 중심이 자신이 아니고 주(主)라고 불리우는 존재가 중심임을 깨닫게 해 준 것이다. 그 이후에도 나는 그의 책을 체계적으로 읽어 간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명상(meditation)을 돕기 위해 그것에 관한 그의 저서를 읽었고 노자와 장자를 읽던 중 그가 장자에 대해 저술한 책을 읽었다. 그는 젊은 시절 수도자가 되기전부터 사회 정의에 대해 열정을 지니고 있었고 그것이 그의 저술 생활의 중심에 한동안 남았지만 점차 제도적 신앙에 대한 비판과 원시 기독교가 의미하는 “이웃에 대한 사랑”을 추구하는 구도의 자세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 후에는 불교, 힌두교, 이슬람, 동방정교회 등 타 종교에 대한 존경심과 깊은 이해를 통해 종교의 벽을 자유로 넘나들며 모순을 느끼지 보다 각 종교의  진리를 보는 혜안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종파를 넘는 행보가 그의 가톨릭 신앙을 위축시켰다기보다 완성시켰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읽지 못한 그의 수 많은 저서가 던져 줄 감동을 예상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의 이러한 자세는 바티칸 제2차 공의회가 시도하던 개혁과 맞는 것이며 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미국 국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미국의 가톨릭 인물로 꼽은 두 사람 중에 그가 들었다는 점에서 교회를 개방적으로 모든 사람을 위한 열린 신앙의 장으로 만들고자 하는 현재 가톨릭 교회의 지향과도 일치한다. 그는 이미 50년 전(1968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현재의 감각에서도 진보적인 철학을 가졌다. 오늘 아침 읽은 글에서도 그는 나에게 또 한가지 깨달음을 주었다. 이것은 나의 명상과 작고 조용한 삶의 추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이것이다. 그는 solitude(獨居)가 남들을 피해 숨는 것이 아니고 평소 대면하기를 꺼리는 자기 자신을 찾아 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무슨 대단한 금욕이나 희생처럼 생각하면서 시작하기보다 자신을 보고 싶은 마음의 절실함에서 시작하라고 한다. 이 글을 읽는 그 자체로 이미 상당히 그 일이 쉽게 느껴지는 것 같고 solitude에서 loneliness로 빠지지 않을 자신이 꽤나 생기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